본문 바로가기
부동산

30대 신혼부부 내집마련기 (1) 3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by 직딩K 2021. 6. 24.


요즘같은 시대에 30대 신혼부부 내집마련 후기가 얼마나 레어템이겠냐만은, 혹시라도 우리 부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씀.




들어가기 전에 (Background)

보통 집을 구할 때 예산을 먼저 세운다고 하는데, 변명을 쓰자면 우리는 롱디라 재정적 통합(?)을 이룰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없었음. 결혼을 약속했기에 미래를 얘기하며 서로 이때까지 모아온 금액과 주식투자에 대해 대화 나누긴 했지만 부채와 대출이 얼마고 보험이 얼마라는 둥 그런 디테일함은 없었음.

무턱대고 임장부터

그런 상태에서 우린 당시 살고 있는 동네를 기준으로 임장부터 다님. 말이 임장이지 지난 2-3년간 그냥 괜찮아 보이는 아파트있으면 호갱노노에서 가격 오름세 좀 보고, 단지 들어가보고 "오 여긴 공원이 있네? 헤헤" 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오는 정도였음. 이 당시 당장 영끌해서 매수에 뛰어들지 않은 나녀석 저기 구석에 가서 손들고 서있어.... 몇 아파트들은 파트너가 진지하게 매수 요청을 몇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웬말이야" 하는 전형적인 무주택자의 마음으로 나는 그 때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강남은 아니어도 마포는 갈 수 있을 줄 알았음^^ 다행히 나와 파트너 둘다 폭락론자는 아니었기에,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저렴하다"를 외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는 많이 했음.

자기(주제)파악 부재

집 살려면 자기 주제 파악이 정말 중요하다. 예를 들면:
(1) 내가 현재 가진 예산이 얼마인지
(2) 둘이서 풀로 땡겨서 가용 가능한 범위는 얼마인지 (대출 등)
(3) 내가 무엇을 가장 중요시 하는지

  • 역세권?
  • 초품아?
  • 신축 혹은 구축?
  • 나홀로 아파트도 괜춘?
  • 혹은 무조건 대단지?
  • 출퇴근에 투자 가능한 시간 즉 몸테크 가능?

또한 내 경우에는 내가 얼마나 나이브한 인간이며 현실감각 풀충한 파트너가 곁에 있어야만 하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었다.

매수 타이밍에 전세 들어감

본격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기 전이라 현실감각 없이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낸게 2018-2019년... 그 동안 파트너는 그간 지내던 구축 빌라 월세에서 신축 오피스텔 전세로 옮겼는데 그때 전세 말고 매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때 전세 경험이 임차인으로서 경험치*를 높여줬던 걸로 나름의 의미가 있었음.
*임차인으로서의 경험:
(1) 다시는 인생에 임차인으로 안살란다
(2) 오피스텔은 주거용 & 투자용으로 헬임.

그 후 전세 살면서 만기가 6개월 정도 남았고 결혼 날짜는 다가오고 집값은 서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 아니 세종과 대구를 비롯한 전국이 들썩들썩 하게 되고 미디어에서는 연일 “지금 놓치면 영원히 못산다”라며 규제에 또 대응에 전국민이 난리난리.... 여기서 나약한 인간의 불안심리 - 우리는 말 그대로 패닉바잉을 왜 하는지 알게되는 시점까지 왔다.

파트너의 훌륭한 안목

파트너는 나름 임장을 홀로 꽤 많이 다녔는데, 메이저로 괜찮았던 곳은 크게 세 곳으로 추려진다:

(A) 서울 중견 브랜드 구축 역세권 나홀로 아파트. 조용하고 공원有, 초품아
(B) 서울 듣보잡 브랜드 but 위치 좋은 구축 역세권 2동짜리 아파트. 초품아, 학군 좋고 상권 형성 (A아파트가 위치한 동네 바로 옆. A보다 조금 더 비쌈)
(C) 수도권 한강변 메이저 브랜드 구축 아파트 초품아 서울 출퇴근 가능 (A&B 보다 2억 저렴)


이렇게 세 군데를 돌고 난 후 파트너는 A가 조용한 것, 역세권이면서 초품아, 그리고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는 것을 이유로 높이 평가했고 자금 여건이 되면 조금 더 비싼 B도 역세권이며 상권이 활발하고 그 동네 랜드마크 아파트라 괜찮다고 매수를 제안했다.

나의 (빌어먹을) 반응

그에 반해 내 반응은 어땠냐면:

  • A는 나홀로 아파트라 별로...
  • B는 동네가 후진곳(이라는 인식이 과거에 있었다)이라 별로...
  • C는 부모님댁에서 도어투도어로 2시간 남짓 걸리는 등 너무 멀어서 별로....

무주택자는 늘 말이 많다. 말만 많다. 착한 우리 파트너는 시무룩 했으면서도 이런 시덥잖은 내 말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곤 다른 매물들을 눈여겨 보기 시작. 이렇게 머뭇거리고 결정하는데 정체되어 있던 동안 n개월이 지나자 A와 B가 각각 2-3억 이상씩 오르는 것을 보고 본격 석고대죄와 패닝바잉 모드에 진입함. 특히 C는 파트너가 임장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 조정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지어진지 1n년 동안 정체되어 있던 호가와 실거래가가 모두 1-2억씩 그냥 올랐고 쏟아지는 매물도 상당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사자니 대출도 40% 밖에 안되는데다가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주택 가격에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전형적인 쫄보 마인드.... 하지만 A,B,C를 각각 혼자 임장 다니고 호가와 실거래가 확인 그리고 부동산까지 들른 후 내게 제안했던 파트너의 노고가 있었기에 "이번엔 진짜 사야겠다" 라는 마음을 강하게 먹기 시작.

지금 복기 하는 건, 당시 파트너가 아파트 볼 줄 아는 눈이 있었는데 그당시 우리는 실거주만 생각했던 터라 전세가율 등을 잘 따져보지 않았음. 주담대 관련 LTV 대출 막힌 것에 대해 애초부터 깊이 생각 안해본거임ㅎ 그리고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며 과거 가격 생각하면 절대 서울과 수도권에 집 살 수 없다. 옛 일은 잊고 앞만 보는 자세 필요.

금융지식 전무했던 우리

우리가 얼마나 금융지식에 무지하고 나이브 했냐면, 파트너와 내가 그간 모은 각각 1억씩 있었고 나머지 2억은 각자 신용도로 신용대출이 가능할거라 생각했다. 파트너와 나는 꽤 알아주는 탄탄한 직장에 나름 고소득으로 재직중이었고 잘 관리한 높은 신용도와 오랫동안 거래한 주거래은행이 있었으니까. (그러면 뭐하나 금융지식 꽝 -> 헛똑똑이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다음 편에서는 예산 마련과 고난의 행군이었던 신용대출 등에 대해 써보겠음.


댓글